수목장

나무치료사 이청아는 도심에 심겨진 일부 나무들이 죽어간다는 얘기를 듣고 그 원인을 분석하고자 검사를 실시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그녀는 나무에서 어느 소녀의 환상을 보게 되고, 그날 이후로 이상한 일에 시달립니다. 게다가 정신병자 한명이 감옥에서 탈옥해서 그녀 주변을 서성이기까지 합니다. 여러가지로 복합한 상황 속에서 그녀는 잊혀진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합니다.
올해 (종편으로 변화 후 존재감이 더 없어진) MBN에서는 2편의 TV용 영화를 만들어서 공개했습니다. 제대로 방영했죠.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게 나온 지도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았고, 봤다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는 겁니다. 그렇게 잊혀 질것 같던 영화는 갑자기 11월에 극장용으로 변화해서 개봉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아주 잠시 개봉한 다음 곧바로 다운로드 시장에서 10000원의 가격으로 등장합니다.
솔직히 작업 자체가 워낙에 저예산으로 된 영화고, 여름에 공개할 공포영화이기에 8월에 TV로 방영된 건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이걸 손을 봤답시고 11월에 극장에 개봉한 건 아무리 봐도 꼼수로밖에 안 보여요. 제대로 개봉관을 찾을 수도 없었고, 갑자기 며칠 지나니까는 10000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받아서 나온다는 건 참 어이가 없을 정도죠. 그래도 영화의 완성도가 기본이 된다면 그 가격을 감수할 가치는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목장]은 어떨까요?
그 결과는 가히 끔찍하고 처절하기 그지없습니다. 일단 기본부터가 틀려먹었습니다. 총 3번의 각색을 거쳐서 나온 최종 시나리오는 상황에 대한 묘사 자체가 개판입니다. 수목장이라는 설정 자체는 꽤나 흥미롭습니다만, 그 설정만으로 영화가 된다면 모든 영화는 걸작이 되어야겠죠. 그 설정을 제외한 나머지는 부실함 그 자체입니다. 캐릭터도, 대사도, 심지어 상황조차도 모두 엉망입니다. 심지어 호러장르에도 충실하지 않습니다. 호러라고 할 수 있는 건 50분정도. 그 뒤에는 멜로드라마가 됐다가 스릴러가 됐다가 많은 장르를 시도하는데, 하나만 해도 답 없을 영화가 이런 섞임을 구사하니 말 그대로 영화는 개판이 됩니다.
그렇더라도 감독이 나름대로 노력한다면 평작은 낼 수 있습니다만, 이 영화는 연출조차도 답이 없습니다. 박광춘은 데뷔작 [퇴마록]으로 호러에서는 능력이 아예 없음을 인증했습니다. 그 뒤에 시도한 장르는 멜로([마들렌])나 코미디([잠복근무],[울학교 이티])였고 이것도 그럭저럭 볼만하다는 평가 이상은 얻기 힘들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이번엔 그나마 잘하는 코미디가 전혀 없는, 심지어 한번 했다 시원하게 말아먹은 호러영화를 다시 한다? 어떤 꿈도 희망도 없는 얘기인 겁니다. 그리고 그 예상대로 연출조차 참 답이 없죠. 자신이 시도하는 어떤 장르에서도 좋은 모습은 전혀 보이질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배우들이라도 좋은 연기를 보여주면 그나마 좋겠지만, 그런 건 없습니다. 이영아, 온주완, 연제욱은 기본기가 나름대로 있는 재능 있는 배우들입니다. 그런데 그런 배우들이 상영시간 내내 생동감 없는 발연기를 난무하고 있어요. 솔직히 박수진에게는 어떤 희망도 가지지 않았기에 그나마 그러려니 합니다만, 나머지 3명이 이런 발연기를 보이는 것은 충격과 공포의 수준입니다. 생 재난영화 [비상]에서 유일하게 빛났던 연제욱조차 여기서는 완벽한 발연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기술로서도 이 영화는 재난입니다. 화면의 포커스가 나가있는 부분이 은근히 많이 발견되고, 대사가 볼륨 못 맞춘 사운드에 잡아먹히는 일도 종종 일어나며, 필요한 광량을 채우지 못해서 어두운 부분도 많고, 심지어 같은 시간대 안에서 화면의 색감이 달라지는 일도 일어납니다. 더한 것은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 시간을 때우기 위한 질질 끄는 장면들도 상당수 있다는 것인데, 이 영화 상영시간이 100분입니다. 그렇게 질질 끌 필요가 전혀 없어요. 그런 행동은 이 영화를 더 재미없고 지루하게 만들 뿐입니다.
이 영화를 개봉시킨 건 아마도 얼마 안 되는 제작비라도 회수하기 위해서겠죠. 그럴 거면 좀 영화를 영화답게 만들어서 제작비를 회수를 하던가요. 3개월이라는 비는 시간 동안에 재편집해서 상영시간을 줄이기라도 했으면 지금보단 나았을 겁니다. 정말로 이 영화를 보면서 [맨데이트]가 너무나도 떠올라서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정말로 [맨데이트]를 보면서 떠올랐던 기분이 아주 간만에 떠올라서 기분이 참 더럽더군요. 그리하여 제 마음 속의 워스트 3총사는 모두 한국영화가 차지하는 기적을 일으켜줬습니다.([맨데이트],[헤라퍼플],[수목장])

1. 이 영화 제작사인 노마드 필름은 역시 MBN에서 방영된 [노크]의 제작사면서, 근래 악명을 떨치고 있는 [자칼이 온다]의 제작사이기도 합니다. ㅅㅂ...
같은 제작사의 [자칼이 온다]. 선판매로 손익분기점은 넘기셨다는데...
너는 다운로드가 나오면 그때 작살내주마.

2. 자료를 찾으면 TV드라마와 영화 양쪽으로 자료가 다 뜨는데, 2부작이라 적힌 것은 실은 [노크]와 [수목장]의 방영 때문에 2부작으로 취급받는 것입니다. 

by 기현 | 2012/11/26 03:43 | 막장영화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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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대공 at 2012/11/29 14:39
자칼....중간중간 공개된 씬들은 웃기긴 한데 억지개그가 넘쳐서......뭐? SM부부? 그걸 경찰이 지나쳐? 야이....
Commented by 기현 at 2012/11/29 14:49
혹시 본편 본겁니까?
Commented by 대공 at 2012/11/29 15:09
출발 영화네타! 그런 프로그램에서 스토리 소개할때 약간씩 나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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