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소설

* 제목은 [살인소설]이라 쓰지만, 본문 중에서는 원제이자 부산국제영화제 소개제목인 [시니스터]라 표기합니다.
그리고 스포일러도 있습니다.
10년 전, <켄터키 블러드>라는 논픽션으로 대박을 터트렸지만, 이후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지 못한 작가가 되어버린 엘리슨 오스왈트는 대박을 터트려줄 신작을 쓰기 위해 가족들에게도 사실을 숨긴 체로, 일가족이 살해당하고 딸이 실종된 가족이 살던 집으로 이사를 옵니다. 다락방에 짐을 옮기던 그는 슈퍼8MM 영사기와 년도와 키워드가 적힌 5개의 필름을 발견합니다. 그 중 가장 최신년도인 2011년의 필름을 영사기에 넣고 돌린 오스왈트는...
[지구가 멈추는 날]이라는 예외가 있긴 하지만, 스콧 데릭슨은 데뷔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외길 호러 인생을 살아온 감독입니다. 영화판에 처음 뛰어든 것도 [캠퍼스 레전드 2]의 각본이었고, 직후 이루어진 감독데뷔작 역시 헬레이저 시리즈의 첫 비디오용 속편인 [헬레이저 5]였죠. 앞의 두 작품으로 먹은 욕 때문인지 그가 신작을 들고 올 수 있었던 것은 5년 뒤였고, 갑자기 그는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라는 놀라운 작품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올해, 그는 다시 공포영화로 돌아옵니다.
감독 데뷔작 [헬레이저: 인페르노]. 핀해드 5분 출연으로 팬들에게 욕 먹었죠.
최소한 4, 6~9편보단 훨씬 낫습니다.
진정한 데뷔작으로 평가받는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
에밀리 로즈는 [덱스터]에서 주인공 동생으로 나오는 제니퍼 카펜터입니다.

[시니스터]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할 점은 이 작품이 ‘호러영화’라는 겁니다. 국내에서는 수입사+배급사+홍보사가 삼위일체로 삽질을 구사하시는 통에 이 작품이 스릴러로 홍보되고 있지만, 영화는 제목에서부터 자기 장르를 가리지 않습니다. 심지어 영화가 시작할 때 우리는 주인공들이 주인공과 그 가족이 겪을 결말이 오프닝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 그리고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누가 범인이고 왜 이런 일을 벌이는 가’가 아닌, ‘과연 주인공과 가족들은 어떤 일을 겪게 되고 어떤 심리가 되며 어떻게 파괴되는 가’입니다.
영화는 그 목적에 상당히 맞아떨어지는 연출을 보여줍니다. 영화에서 나오는 공간의 대부분은 집입니다. 문제가 많은 집이죠. 영화의 대부분은 한 남자가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무리한 짓을 하고, 그 무리한 짓 때문에 그가 겪게 되는 이상하고 기괴한 일들을 치밀하게 깔아놓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주인공이 겪는 상황을 따라서 보여줍니다. 영화의 속력이 덕택에 약간 느려지고 장면 일부는 장르적인 관습에서 머무릅니다만, 덕택에 드라마는 치밀해지고 대부분의 호러장면은 효율적이고 흥미롭습니다. 특히 중반부의 ‘어떤 장면’의 경우는 꽤 놀라울 정도죠.
300만 달러라는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그 저예산은 꽤나 좋습니다. 거의 대부분은 집을 떠나지 않고 진행됩니다. 하지만, 그것이 주인공과 그 가족들이 겪는 일과 주인공이 보게 되는 필름에서 만들어지는 긴장감을 더 살려줍니다. 또한 조명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만들던가, 집안의 명암을 더욱 두드러지게 함으로서 영화는 호러영화로서 필요한 압박과 긴장감을 살려내고 있죠.
에단 호크는 작품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배우답게 훌륭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이미 구석에 몰린, 한때는 잘 나간 작가를 잘 보여주고 있고, 일련의 이상한 일들을 겪게 되면서 극단의 심정으로 몰리는 것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유명하진 않지만 다른 배우들 역시 충분한 역할들을 하고 있고, 충분히 작품을 받혀줍니다.
잘못 지은 제목과, 그 제목을 따라서 벌인 잘못된 홍보로 인해 스릴러로 오인되는 영화입니다만, 호러영화로서는 근래 나온 영화들 중에서는 꽤 잘 나온 작품입니다. 끝까지 장르영화로서 꽤나 충실해요. 호러영화를 보러 간다는 생각으로 가시면 정말 제대로 만족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1. 앞에도 예기한 거지만, 국내에서의 홍보방식과 제목은 거의 사기에 가깝습니다. 거의 관객 희롱에 가까운 거죠. 저는 장르를 알고 가서 정말 제대로 만족했습니다만, 같이 간 친구는 이걸 홍보대로 스릴러 영화로 알아서 되게 실망했더군요. 씨네21의 리뷰도 아무래도 스릴러 쪽으로 생각한 리뷰어의 모습이 읽혀지고요. (뭐 잘못 된 정보도 전달할 정도라 망인 리뷰라 봅니다.) 진짜 잘못된 마케팅의 예로 어디 실려도 할 말 없을 정도입니다.
국내판 포스터. 제가 보기에는 제목부터 망...
게다가 저 여자애, 어우...(스포일러라 여기서 입 닫습니다.)
원제부터 포스터까지 대놓고 호러물이라 광고하는 원판의 증거들.
시니스터는 '불길한','악의가 있는'이라는 뜻의 단어입니다.

2. 에단 호크 하고 연관이 깊은 분이 크레딧 미표기로 출연합니다. 이 인연은 전혀 상관없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이어졌죠.

3. 포스터를 찾다보니 호러 영화의 캐릭터로 패러디를 해 놓은 포스터도 있더군요. 여기를 누르면 이동합니다.

4. 번역은 홍주희인데, 전반적으로 나쁘지는 않으나, 역시 오늘도 피할 수 없는 오역은 존재합니다. 보안관을 경찰관으로 번역하질 않나, 문장을 이상하게 꼬아버리질 않나...

by 기현 | 2012/11/18 23:56 | 이런영화 | 트랙백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theisle.egloos.com/tb/337732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My Fair Lady at 2012/12/18 13:45
저 이거 보게 되었는데 너무 무서웠어요ㅠㅠㅠ 기현님께서 설명해주신 거 듣고 영화 봐서 장르를 혼동하지 않아서 넘 좋았어요! 감사해요!
Commented by 아놔 at 2013/02/20 22:31
스릴러에 낚인 일인중 하나요
이글은 보고 봤으면 더 좋았을것을;;;;;
그래서 다시한번 보기로 함 ㅋ
좋은글 감사합니다~~~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