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저는 죽어야 한다

로마 외곽의 레비비아 감옥에서는 매년 한 편씩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그것을 일반인들을 초청해서 보여주는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선정된 연극은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 각각의 역할에 뽑힌 죄수들은 정해진 연습시간과 자유 시간을 가리지 않고 연습하며 배역을 익힙니다. 그러면서 현실의 그들과 극 속의 그들이 섞여가고, 그러면서 연극도, 영화도 결말을 향해 전진합니다.
이탈리아의 살아있는 거장이라 부를 수 있는 타비아니 형제의 신작인 [시저는 죽어야 한다]는 실제 레비비아 감옥의 연극 공연과, 그 연극 공연의 연습과정을 하나로 섞어서 전체의 내용은 <줄리어스 시저>를 보여주지만, 그 안에 단순한 공연 이상의 뭔가를 성공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대 장면과 처음과 끝 부분의 컬러를 제외한다면, 영화는 전체적으로 흑백으로 찍혀져있습니다. 이것은 이 작품에 등장하는 그들이 속박당하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 속박 속에서 그들은 연극의 오디션을 보고, 연극을 연습하면서, 그 속박 속에서 예술을 통해 자유를 꿈꾸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들의 연습은 때때로 그들의 현실이 섞이기도 하면서 보이는 것 이상의 것들을 드러냅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예술을 통해 순간의 자유를 누리기도 하고, 다시 자유를 꿈꾸기도 합니다.
그것을 위해 타비아니 형제가 고른 방법은 작품 전체를 다큐멘터리식이 아닌 극적인 카메라앵글을 사용한 것. 그들의 극적인 카메라 사용은 이것이 단순한 <줄리어스 시저>의 연습 영상이 아닌, 그 자체로 하나의 극이 되게 만듭니다. 아마 흑백으로 나오는 상당부분은 극으로 다시 찍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줄리어스 시저>의 극 중 인물을 연기하면서, 또한 자신을 연기하기도 하는 이 죄수, 아니 배우들은 놀랍게도 극이 진행되면서 인물 그 자체로 보입니다. 연출의 효과도 있겠지만, 그들 스스로가 자유를 꿈꾸고 예술을 통해 잠시나마 그 자유를 누리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쩌면 상황 때문에 선택한 디지털 카메라는 그들의 그런 모습을 가까이서 잡기에 제격입니다. 그들이 배우가 아니었기에 카메라를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디지털의 거친 질감이 관객에게 그들이 <줄리어스 시저>를 연기하는 그 순간들마저 그들이 있는 현실, 즉 이곳은 감옥이고 이들에겐 자유가 없다는 것을 인지하게 합니다. 영화의 대부분이 흑백으로 찍힌 이유도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이들이 그나마 자유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은 외부인들인 관객과 함께 무대에서 함께 호흡하는 그 순간들이며, 그 순간이 지나고 그날이 지나기 전까지는 그들은 약간의 자유와 함께 숨 쉴 수 있습니다. 그것이 앞과 뒷부분만을 컬러로 찍은 이유겠죠.(개인적으로 컬러 부분은 진짜 다큐멘터리라고 보는 이유도 이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할 말이 되게 많으면서도 말을 할 만한 게 없는 그런 영화입니다. 이런 영화는 그냥 봐주는 수 말고는 방법이 없죠. 보실 수 있다면, 이해할 수 있다면 꼭 보시길 바랍니다.

1. 이 작품의 크레딧을 보면 작품 출연진 중 3명에 대한 후일담이 나옵니다.(참고로 실화입니다) 그것도 이 작품의 주제를 강화시켜준다고 봅니다.

2. 베를린국제영화제 금곰상 수상작이고, 현재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이탈리아 후보로 출품된 상태입니다. 

by 기현 | 2012/11/02 08:35 | 이런영화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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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bgimian at 2012/11/02 22:22
부산국제영화제때 봤는데, 개인적으로도 정말 좋았습니다. 작성자님 말대로 말하기에 좋은 영화가 아니라, 직접 감상해볼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상영시간은 길지 않은데, 여러모로 볼거리가 많은 것도 괜찮구요.
Commented by 기현 at 2012/11/02 23:54
그것이 현재 80대인데도 현역이신 타비아니 형제의 힘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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