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스 아노말리

숲에서 한 남자가 땅을 뚫고 나옵니다. 그는 긴급통화를 하지만, 통화중에 문제 하나를 발견합니다. 자신이 누군지 기억이 전혀 안 난다는 것이죠. 겨우 자신의 품을 뒤져 나온 지갑에는 존 에반스라는 이름의 신분증이 있습니다. 휴대폰의 통화 목록과 전화번호부를 보지만, 전부다 지워져있고, 그 신분증 말고는 어떤 것도 알 수 없는 상황. 해매다 산장을 발견한 그는 피투성이의 여자시체와 ‘틀어보시오’라는 라벨이 붙어있는 캠코더를 발견하게 됩니다.
인도네시아 영화계에서 조코 안와르는 좀 특별한 존재입니다. 코미디나 공포영화가 강세를 띄는 지역에서 정교한 방식으로 만드는 스릴러에 집중하는 사람이니까요. 그의 첫 데뷔작 [조니의 약속]은 필름 배달부가 겪은 하루 동안의 소동을 다룬 코미디였지만, 다음 영화인 [비밀]은 지역의 역사와 색을 섞은 스릴러였습니다. 소설을 바탕으로 한 심리 스릴러 [포비든 도어]에서 그의 실력은 더더욱 빛났고, 3년 동안 배우와 각본으로서의 역할을 한 그는 마침내 자신이 감독한 작품을 가지고 다시 나타났습니다.
데뷔작 [조니의 약속]은 싸고 빨리 찍을 수 있는 코미디였지만
(실제 제작기간이 20일이었습니다.)
차기작 [비밀]은 느와르 스릴러 였습니다.
소설을 각색한 [포비든 도어]는 고어가 강한 심리 스릴러죠.

영화는 대부분 존 에반스의 시점에서 모든 것을 보고 듣고 판단합니다. 가끔 외부의 다른 인물들의 장면이 들어가긴 하지만, 그것은 그의 시점에서 보고 듣고 판단한 것을 관객이 믿게끔 하는 역할을 합니다. 행적을 쫒아가면서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존 에반스가 자신이 누구고, 어떻게 상황이 이루어진 것인지 받아들이는 것을 관객이 같이 경험하게끔 영화가 진행되는 것입니다.
그 과정을 위해서 카메라는 흔들리면서 그를 따라다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주인공을 믿게 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가 겪는 것들, 그가 보는 것들을 우리에게 편견 없이 받아들이게 하고, 영화의 상황에 몰입할 수 있게 합니다. 그가 겪는 고난 역시 장르적인 재미를 줌과 함께 미스터리를 증대시키면서 관객에게 현재 일어나는 상황을 바라보게 합니다. 그것은 믿음이기도 하지만, 다른 의미로도 작용합니다.
영화가 1시간정도 되는 시점, 갑자기 영화는 자세를 바꾸기 시작합니다. 더 자세히 설명하면 스포일러가 될 가능성이 높기에 자세히는 쓸 수 없지만, 그 바뀐 자세는 관객에게 경악스러움을 전해줍니다. 그리고 남은 상영시간동안 영화는 그 경악스러움을 강화시킵니다. 비록 1시간동안 진행된 것에 비하면 좀 쳐진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그 부분이 사족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변화한 지점, 그리고 그 이후의 이야기가 영화가 하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조코 안와르 식 장르영화는 언제나 믿음이 있어왔고, 이번에도 그 믿음에 맞게 그는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아쉬운 것은 부천으로 왔으면 충분히 즐기고 인기를 끌었을 영화가 부산에서 어느 정도는 버린다는 평가도 받는 섹션에 들어와서 제대로 된 평가도 못 듣고 있다는 점일 겁니다. 상당히 아쉽네요.

1. 자세한 이유는 알 수가 없으나 영화 전체가 영어로 촬영됐습니다. 이거 때문에도 의외로 호불호가 제대로 갈린 듯합니다. 올해들어서 인도네시아에서 영어로 촬영된 영화가 좀 늘었다는 사실과 어느 정도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거 같긴 합니다만...

2. 어찌 보면 웃기는 사실인데, 이 영화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진행하는 아시아 판타스틱 제작네트워크(NAFF) 제작 지원 작품 입니다. 뭐, 이번에 부산에서 공개된 다른 작품인 [공정사회]도 이쪽의 제작지원을 받았고, [돼지의 왕]도 이쪽의 지원을 받은 걸 생각하면 좀 이해는 갑니다만, 아니, 그래도 그렇다면 자기가 지원 받은 곳으로 좀 가주면 어디가 덧납니까?(더 웃긴 건 현재는 그쪽 페이지에서 삭제되어있습니다. 검색하면 기사는 뜹니다만.)

P.S. 다른 포스터 2종

by 기현 | 2012/10/25 03:16 | 이런영화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theisle.egloos.com/tb/3371659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