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무는 하늘을 난다

태어나서부터 탄광촌에서 살아왔고, 최고 일꾼으로 뽑히기까지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공중곡예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는 김영미는 어느 날, 평양의 건설현장에 지원을 나가게 됩니다. 예정된 날짜보다 이틀 일찍 출발한 그녀는 그녀의 우상인 리수연의 공중곡예를 보러 가게 되고, 그곳에서 우연히 자신의 우상이 은퇴할 것을 알게 됩니다. 그것에 영향을 받은 김영미는 마음 한 구석의 꿈을 위한 도전을 시작하게 됩니다.
김영미를 연기한 한정심은 실제 곡예사입니다.
그녀의 모습은 리즈시절 조민수 + 김혜수를 떠올리게 합니다.

우리에게 가장 가까우면서 가장 먼 나라, 가장 붙어있으나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나라 북한에서도 문화 활동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공산주의 국가 대부분의 문화 활동은 뿌리부터 최종결과물까지 프로파간다 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소오련이라는 놀라운 예외가 있긴 하지만, 솔직히 거기는 진짜 예외에 해당하는 곳이고, 중국이나 나치시절 독일, 심지어 싱가포르 같은 국가가 영화를 통제하고 국책영화를 만드는 곳에서 나오는 영화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그들 나름의 병맛을 나오게 만듭니다.
레이디스 앤 젠틀맨, 웰컴 투 더 병맛.
[달려서 하늘까지]는 실화기반인데도 병맛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조금 다른 얘기를 해보죠. 공산권 국가들, 특히 소련 같은 경우는 대작을 만드는 경우, 의외로 (미국을 빼고) 다양한 국가들과도 합작을 해왔습니다. 나름의 퀄리티와 사실성을 살리고, 제작비의 분담에 있어서도 도움이 되며, 때로는 합작으로만 가능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게 했죠. 북한 역시 합작을 하곤 했지만, 때로는 외부적인 원인에 의한 합작도 하곤 했습니다. 대부분의 외부적인 원인은 이른바 ‘돈’이었죠. 엄밀히 말하면 외화입니다.
소련의 대형 영화이자 여러 나라 합작인 [해방]의 동독판 포스터.
대합작답게 꽤나 사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대작입니다.
숀 코너리와 피터 핀치가 아문젠과 노빌레를 연기한 [붉은 텐트].
영국인들이 주인공에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가 조연으로 나오는 이 영화는 소련과 이탈리아의 합작입니다.
북한과 소오련이 합작한 [영원한 전우]와 [구원의 기슭].
[해방]에서 보였던 특성이 여기서도 보입니다. 북한식으로요...-_-;;;
올해 나온 다른 합작영화인 [평양지약]에서도 이런 건 여전합니다.
게다가 다루는 소재가 북한의 대형 메스게임 아리랑이니...
그래도 여기까지는 북한에서도 공개라도 됐죠...
충격과 공포의 영화 [마지막 임무]. 프랭크 자가리노가 주연이죠.
그런데 북한 올로케이션(!)에 북한 배우들이 조연(그것도 거의 다 악역)으로 잔뜩 나오는 람보류 B급영화입니다.
그리고 이탈리아와 함께 만든 타이타닉 애니메이션 2부작.
자국에서 공개도 못할 이런 걸 하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돈이죠 뭐.

이 작품은 [어떤 나라],[천리마 축구단]을 제작하면서 나름대로 북한과 길을 만든 니콜라스 보너와 벨기에의 제작자이자 감독인 안자 델르망, 그리고 북한쪽에서 보너의 오랜 파트너 로 활약한 김광훈, 이 세 사람이 함께 감독으로 이름을 올린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이전의 북한 합작영화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외형적 특징 중 하나는 합작영화로서는 최초로 전 캐스팅이 북한배우로만 이루어졌다는 점, 그리고 북한어로만 진행되는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이전의 합작영화가 어쨌든 합작국의 배우가 섞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놀랍죠. 이건 이미 3번의 작업을 다니엘 고든과 함께 북한에서 해본 니콜라스 보너였기에 가능한 작업이라 봅니다.
니콜라스 보너가 제작한 다니엘 고든의 다큐멘터리 3편.
이런 기반이 있었기에 보너의 이번 영화도 가능했을 겁니다.

다른 특징으로는 북한영화로서는 놀랍게도 동화적이고 우화적인 이야기라는 점일 겁니다. 이 동네는 모든 영화가 자기가 하는 일은 기본으로 잘하고 다른 일도 잘 해낸다는 식의 얘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개개인의 꿈을 이루어 나간다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베를린 영화제에서 [푸른 주단 우에서]상영하면서 애들이 다른 짓 못하게 단체 체육 시킨다고 자랑하는 이런 나라에서 자기가 하던 일을 그만 두고 자신의 꿈을 이룬다는 내용은 거의 불가능하죠. 그걸 니콜라스 보너와 안자 델르망은 그런 내용으로 찍는데 성공한 겁니다. 그것도 북한 배우들을 데리고 북한 내에서요. 대단한 거죠.
2004년 베를린국제영화제를 충격과 공포로 몰고 갔던 2001년도 영화 [푸른 주단 우에서].
이런게 정상인 동네에서 우리식으로 정상인 걸 한 건 대단한 거죠.

그 이야기를 좀 더 확실히 표현하기 위해서 감독들은 이전의 북한영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제작방법을 취합니다. 일단, 배우가 만능이 되어야 했던 (그리고 그 배우들의 만능의 부족한 점을 커버하기 위해 별별 방법을 다 썼던) 이전의 영화들과 달리,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실제로 곡예사들이고, 그들에게 연기를 가르치는 방법으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이 방법이 효율적인 것은 곡예는 꽤 오랜 기간 동안 해야지만 익숙해지는 거지만, 그들에게 연기를 가르치는 것은 정 답이 안 나오면 시나리오를 그들에게 맞게 수정해 버리면 되는 것이니까요. (일본 영화 [검은 띠]도 비슷한 훌륭한 예라 할 수 있겠죠.)
[검은 띠]는 실제 가라데 유단자들에게 연기를 가르쳐서 만든 영화입니다.
실제 곡예사이기에 가능한 연기들의 향연.

또 다른 점은 북한 영화 최초의 HD촬영 및 동시녹음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으로 인해 아무리 올해의 영화라도 최소 10년 이상 낡아보이게 만드는 후시와 필름 촬영과 달리,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느끼게 합니다. 그 사실성을 살림으로서 외부인인 우리 입장에서 영화를 받아들이기 쉬워집니다. 그리고 핵심적인 음악은 북한 영화의 전형적인 음악이긴 하지만, 보통 북한 영화에서 음악이 안 깔릴 순간에도 세련된 음악이 깔림으로서 영화를 채우고 있으며, 편집에 있어서도 서양의 기술이 들어감으로서 세련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동화임을 표현하기 위해 상황이 바뀔 때 들어가는 애니메이션도 동화의 느낌을 살려줍니다.
좋은 말만 잔뜩 써 놓긴 했습니다만, 영화는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 너무나도 확실하고 강한 단점이 있죠. 만드는 곳이 만드는 곳이고, 다른 합작영화와 달리 북한의 지원이 확실히 필요한 영화답게 프로파간다의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평양을 보여주는 부분은 확실한 프로파간다 특유의 압박을 주는 느낌이 주어집니다. 그것을 나름대로 중화시키기 위해서 방법을 썼지만, 그 느낌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합니다. 단 두 줄이긴 하지만, 장군님 찬양 대사는 그 특유의 안 좋은 맛이 나옵니다. 그것 말고도 이런 프로파간다의 느낌을 가진 장면들이 틈틈히 나타납니다.
다른 쪽은 인물의 구성. 확실히 이 영화는 동화다운 구성을 위해 인물 대부분을 착하게 구성을 했습니다. 일반적인 영화라면 이것이 어떻게든 극에 맞는 것이겠지만, 문제는 이 영화가 프로파간다의 특성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것이 섞이면서 뭔가 좀 거슬리는 부분이 생겨납니다. 그것은 그 세계에 있는 사람이 아닌 저에게는 꽤 뭔가 아귀가 안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북한식 말투는 같은 언어를 쓰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 우리에게는 의도지 않은 개그가 될 조짐이 크죠.
어떻게 보면 부산국제영화제가 엄청난 도박을 한 것입니다. 2006년도에 6편(1편은 2부작)의 영화의 상영을 특별전의 형식으로 시도했다가 2편은 제한상영, 나머지는 무료상영으로 돌린 전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상영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이전 영화들보다는 훨씬 깔끔했고, 프로파간다의 병맛이 꽤나 자제된 것이 보였기 때문에 일반 상영이 가능했던 것이겠죠. 진짜 부산국제영화제가 아니면 극장에서 볼 수 없는 영화였고, 정말로 잘 봤습니다. 상영해주신 부산국제영화제에게 감사드립니다.

1. 시나리오가 북한의 검열에 통과하기 위해서 거친 기간이 꽤 된다고 하더군요.(제가 아는 바로는 3년 걸린 걸로 압니다) 뭐 실제로 감독들이 고생한 것은 제작비를 북한 밖에서 투자를 얻어내기 위한 과정이 더 심했다고는 합니다만.

2. 부산국제영화제에서 GV시간에 일체의 사진촬영조차 금지되고, 포토타임을 아예 따로 가지는 건 처음 봤습니다. 하긴 어떻게 보면 북한 영화라는 건 아직 어떻게 보면 조심해야 할 대상에 가까운 것은 사실이니까요...
싸인 받은 티켓 이 틈에 좀 올려봅니다. 두 분 다 받았습니다.

3. 언론 쪽에서 이 영화에 대해 나름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시던 분들이나 무지를 드러냄으로서 감독님들 곤란하게 하던 기자분들이 좀 있으시던데 한마디만 드릴게요.
"합법적으로 북한 영화에 대해서 볼 수 있는 곳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찾으면 나오거든요. 보고서 공부 좀 하고 생각 좀 한 다음에 질문을 던져, 이 기래기들아."

by 기현 | 2012/10/22 04:22 | 이런영화 | 트랙백 | 핑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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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영이라 불리며, 때로는 그 안에서 소규모 주제로 묶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의 리뷰는 바로 이런 특별상영작 중 리뷰를 쓴 故 와카마츠 코지 감독의 영화들과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를 제외한 나머지 특별상영 영화들을 다루어 보겠습니다. 그런데 왜 외전이냐고요? 절반 격인 2편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본 게 아니니까요. 공각기동대 스탠드 ... more

Commented by PKKA at 2013/04/25 14:30
오, 오제로프 감독의 해방은 이미 보셨군요. 실제 없지 않은 프로파간다성과 너무 많은 부플롯을 제외하면 저같은 밀덕(특히 소련군 관련)은 아주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유리 오제로프의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니 해방 5부작에서 대조국 전쟁 2~3기를 다룬 이후 이후 '모스크바 대전투'와 '스탈린그라드'에서 대조국 전쟁 제1기의 주요 전투, 전역들을 다뤘더군요. 사실 오제로프는 원래 해방에서 스탈린그라드 전투나 모스크바 전투를 소재로 삼고 싶어했는데 비장하지만 그래도 암울한 시기보다는 소련이 연승을 거두는 시기를 영화로 만드는게 좋다는 판단에 의해 2, 3기를 다루게 되었습니다.

오제로프의 영화 중에 프로파간다적으로 가장 압권은 '자유의 병사들'로 전선에서 용감하게 싸우는 정치 위원 레오니드 브레즈네프(!!)를 영화상에서 주코프 원수급으로 주연으로 만든 영화일 겁니다. -_- 영화 만들 당시의 국방장관인 그레치코 원수도 주연급으로 나와서 어느 정도 아부할려고 만든게 보이긴 하는데 그레치코야 대조국 전쟁때 정말 활약했던 인물이지만 브레즈네프는 -_-
Commented by 기현 at 2013/04/30 00:33
브레즈네프를 콜라 좋아하는 곰 아자씨 급으로 만들려면...-_-;;;
Commented by PKKA at 2013/04/25 14:51
흥미로운 점이라면 오제로프 감독의 영화는 스탈린 시절이라면 큰일날 법한 영화들이라는 겁니다. 스탈린은 영화 해방에서 에서 항상 '중요한 역사적 인물 1'이상의 존재가 아니고 되려 부정적으로 보일 법한 면모들도 보여주며(아들 야코프의 죽음에 무관심. 키예프를 어떻게든 혁명 기념일에 탈환하라 명령 등) '모스크바 대전투'에서는 확실히 부정적인 존재로 나옵니다. 물론 해방 4부에서는 외압이라도 있었는지 스탈린이 전후 유럽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루즈벨트와 처칠의 꼼수(...)를 밝혀내 망신을 주고 은근 스탈린이 UN 창설의 주역인 듯한 대사와 연출을 깔기도 합니다.
Commented by 기현 at 2013/04/30 00:33
그런 건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더군요...

그래도 부카니스탄&소오련 합작영화보단 나았습니다.
Commented by 너무너무 달라요 at 2015/03/16 13:27
가장 최근에 제작된 북한예술영화는 2013년 12월20일에 공개된 최전연의 작은집이고 TV드라마로는 김정은정권이후 처음으로 제작된 다부작인 포성없는 전구와 소학교의 작은운동장이 전부일 정도로 이제는 북한도 세계적인 영화계 흐름속에서 점점 소외가고 있더라구요?
Commented by 너무너무 달라요 at 2015/04/29 15:40
북한의 여배우들의 외모도 우리나라 미녀여배우들과 비교해볼때 굉장히 평범하고 통통한체격이 다수인것도 알고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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