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19세 미만에게 안 좋은 이미지가 있습니다.
장의사 일을 하는 꼽추 정씨라 불리는 사내가 있습니다. 그는 시체 공시소에서 매일 시체를 닦고, 정리하고, 그들에게 옷을 입혀주고, 그들의 사진을 찍는 일을 합니다. 그의 주변에는 남자의 몸에 갇힌 여성인 동생이자 애인이라 할 수 있는 동배가 있고, 그의 일터에서 같이 일하는 여자가 있으며, 그와 안면이 있는 구급대원들이 있습니다. 영화는 그가 일하면서 겪는, 말 그대로 그가 짊어진 ‘무게’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전규환 감독은 한국에서 가장 이상하다고 말할 수 있는 감독일 겁니다. 상업영화로의 진입 없이, 그 변방에서 언제나 힘들어 보이는 고통을 각오하고 그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해왔습니다. 2008년부터 타운3부작과 [바라나시](근래 [불륜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변경)라는 작품을 1년에 한편씩 만들면서 그는 그만의 세계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무게]역시 그만의 세계를 이어나가는 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이 가지는 외형적 특징 중 하나는 시체공시소라는 장소일 것입니다. 필연적으로 사람의 마지막을 마무리하는 이 장소는 가장 원초적이 될 수밖에 없는 장소입니다. 이 장소에서는 그 어떤 사람도 차별받지 않고 공평해집니다. 그 공평한 공간에서 일하는 정씨는 꼽추고, 그 모습은 자의와 타의가 섞인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영화는 그가 지고 있는 그 ‘무게’들을 하나씩 자세히 보여줍니다.
그것을 풀어나가는 전규환 감독의 연출은 이미 이전작들에서도 보였던 것이지만 심상치 않습니다. 연출은 주인공이 지고 있는 ‘무게’를 보는 사람도 느끼게끔 합니다. 그것은 때로는 충격적이고, 때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고정관념이나 생각을 파괴하기도 하지만, 그 파괴야말로 감독이 하고자 하는 바이고, 주제를 전달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그것을 뒷받침 하는 것은 배우들. 오랜만에 영화로 돌아온 조재현은 꼽추라는 점을 빼면 꽤 멀쩡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것을 안고 있는 주인공을 잘 해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주연이라 할 수 있는 박지아는 진짜 남자 몸에 갇힌 여자라는 복잡한 캐릭터를 무서울 정도로 표현해냄으로서 영화의 주제를 살려냅니다. 전규환 감독의 이전 영화에서도 나왔던 배우들이나, 그 외 조연으로 배치된 배우들 역시 다들 적역을 해내고 있습니다.
꽤 묵직한 얘기를 묵직하고 괴롭게 전달하지만, 그 묵직함과 괴로움이 꼭 필요한 영화입니다. 개봉을 하게 된다면 다시 보고 싶은 그런 영화입니다.

1. 진짜 에로영화는 아닌데 누드는 많을 수밖에 없고, 장소가 장소다보니까 의도치 않은 고어도 나오며, (일반적인 시점에서는) 난감한 상황도 많이 나옵니다. 하필 [불륜의 시대]도 제한 상영가 등급을 먹어서 개봉이 난감한 시점인데, 이 영화까지 제한 상영가 등급을 먹으면 좀 골 아플 듯합니다. 이 영화의 이런 부분들은 솔직히 말초적 신경자극용이 아닌,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필요한 장면들이기 때문입니다. 등급위가 좀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2. 마약 사건으로 인생 제대로 접을 뻔 했던 김성민이 구급대원 중 한 명으로 출연합니다. 그는 같이 구급대원으로 나온 윤동환씨와 함께 전규환 감독의 차기작인 [소리없는 남자]에 출연합니다.

3. 베니스 국제 영화제 퀴어사자상 수상작입니다. 

by 기현 | 2012/10/20 02:43 | 이런영화 | 트랙백(1)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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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기현씨의 영화공간 at 2012/11/16 13:02

제목 : 무게에 대한 영등위 심의 결과, 그리고 제 심정
무게의 리뷰는 여기로 이런 결과에 대한 저의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야, 이 병신 쓰래기 꼰대 새끼들아. 너거들은 대체 뭘 보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고 국민의 정서를 손상한다고 판단한거냐? 시발, 이거 베니스에서 상도 받았어. 상이 전부인 건 아니지만, 그럼 심사위원들은 너거 말 대로면 쓰래기 같은 영화에 상을 준 거냐? 자가당착도 그렇고 불륜의 시대도 그렇고 이 영화도 그렇고 ......more

Commented by My Fair Lady at 2012/10/20 15:59
묵직함과 괴로움이 필요한 영화라니 더 보고싶어지네요! 소개 감사해요
Commented by 기현 at 2012/10/20 16:25
개봉이 좀 제대로 됐음 하는 바람을 가지고 쓴 리뷰입니다. 개봉하시면 꼭 보시길 바랍니다.
Commented at 2012/10/21 00:5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2/10/21 02:45
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by 한마음 at 2012/11/16 09:14
11월13일 등급위에서 전체맥락으로보지않고,한컷으로보고매우선정적이라고합니다,그래서 제한상영가등급을주엇네요.
감독님이하많은분들이 열악한 환경에서고생하셨는데,몇명사람들의견으로 실망과좌절.....그사람들은 작품을평하지마시고
연령별등급만주고 사후판단은 보는우리가하는것입니다. 이제국가기관에서 간섭하는사라져야합니다.기관은 지원만해주면됩니다.
그리고 배급사도 모든영화에기회를주어서 영화관이없어서상영못한다는영화가없어여 한다고봅니다.약자와강자더블여사는생활을
기원하면서...이런영화가꼭상영할수있기를기원합니다.
Commented by 기현 at 2012/11/16 11:04
자가당착도 그렇고 불륜의 시대도 그렇고 진짜 영등위라는 집단이 왜 존재하는지 의심스러워 질 정도군요.
Commented by bgimian at 2012/11/16 22:37
우와...굉장히 미학적인 느낌이네요
Commented by 기현 at 2012/11/17 02:31
되게 미학적입니다. 확실히 타운3부작보다 더 화면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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