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사는 재일교포인 리에와 가족들은 20년 전 북한으로 들어갔다가 뇌에서 종양이 발견되어서 그 치료를 위해 나온 오빠 성호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 20년 동안 그리웠던 이들을 만나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필요한 일들을 하지만, 그 옆에는 언제나 양이라는 북한에서 같이 온 한 남자가 그들을 감시합니다. 리에는 그(또는 그들)에게 화도 내보고 나름의 반항도 해보지만 그 모든 것은 그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 즉, 성호는 어쨌든 북한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언제가 되었든 돌아가서 그 곳에서 살아야만 한다는 것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게 됩니다.
2편의 자기 가족을 다룬 다큐멘터리 작업 이후, 양영희 감독은 이전의 작업들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작업을 들고 왔습니다. 이번에 그녀가 선택한 것은 극영화. 분명히 하던 얘기는 이전과 같은, 혹은 비슷한 것이지만, 그녀는 이번에는 좀 더 깊고, 쉽게 할 수 없는 얘기를 합니다. 어쩌면 그녀의 말 대로 ‘카메라 뒤에서도 할 수 없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 극영화를 한 것일 수도 있죠. 그리고 그것은 엄청난 힘을 보여줍니다.
분명히 처음 하는 극영화지만, 그 극을 만들고 풀어나가는 과정은 절대로 초보의 그것이 아닙니다. 영화는 세세한 작은 이야기들로 극의 디테일을 채우고, 그것을 통해 인물이 겪는 감정이나 그들의 생각을 느끼게 합니다. 더 무서운 것은 이것을 재미를 위해 과장하거나 극적인 요소로 포장하는 대신, 그 상황을 담담히 보여준다는데 있다는 겁니다. 심지어 극 내부로 따지면 악역을 맡은 양 조차도 솔직히 이해가 가는 캐릭터입니다. 그것이 이 영화를 더 풍부하게 합니다.
배우들은 대부분 이 영화에 자원한 사람들답게 좋은 연기를 펼칩니다. 아라타는 꽤 자연스러운 북한어 연기와 감정 묘사를 통해 성호라는 캐릭터의 이른바 ‘끼어있는’ 상황에 있는 인물임을 자연스레 보여주고 있고, 안도 사쿠라는 잘못했으면 그저 감독의 대변인 수준에 불과했을 리에라는 캐릭터의 내면을 다른 방향으로 채워줌으로서 살아있는 캐릭터가 탄생합니다. 양익준 감독 역시 준비기간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스스로가 최선을 다해 양이라는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으며, 주변에 배치된 조연들 역시 극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보실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보시길 바랍니다. 이 영화는 그저 이런 글로만 끝낼 그런 영화가 아닙니다. 100분이 넘는 시간동안 이야기의 흐름을 바라보다가 엔딩이 나오고 스탭롤이 올라가는 그 순간, 이성적으로 이해가 되는 눈물이 나오는 그런 영화입니다. 꼭 극장에서 다시 보고 싶네요.
1. 베를린 영화제 포럼부분 수상작이고 현재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일본 후보로 출품된 상태입니다. 좋은 결과 나오길 바랍니다.
2. 이 영화는 배우들은 어떤 악조건이 되던 출연하겠다고 했기에 많이들 붙었지만, 정작 문제는 제작과 투자였습니다. 워낙에 위험이 크다고 판단한 제작사들 대부분이 투자를 거부했고, 결국 ‘크레이지’한(감독님 표현) 제작사인 STAR SANDS에서 전 제작비를 투자함으로서 겨우 제작이 이루어졌습니다.
3. 영화의 제목을 가타카나로 쓴 이유는 의외로 복잡하더군요. 자세한 것은
이곳(중앙일보 링크임)을 참고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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