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먼 영화 포스터들 모음 11

해를 한참 넘겨 복귀한 로저 코먼 포스터 모음집입니다.

오늘은 연결이라는 주제로 살짝 얘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일단 약간 썰을 풀어보자면 여기서의 연결은 2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영화의 제작과정에 있어서 서로가 밀접한 연관이 된 경우들이 있죠. A영화를 찍는데 기간이 비어서 감독이 B영화를 찍는다던가 하는 경우입니다.
요런 경우나
요런 경우들이 있죠.

다른 하나는 그냥 쉽게 말해서 시장에 유행을 선도하는게 생기면 그거 따라 생기는 짝퉁의 경우입니다. 이 논리는 상업영화에도 마찬가지이니까요
이런 게 영화에도 있는 법이죠...

오늘 살펴 볼 것은 1번 개념 입니다.

그의 첫 묶음 작업은 하와이였습니다. 보통 남들은 휴가로나 가는 하와이고 그도 남들처럼 휴가를 가기로 했지만, 누굽니까? 휴가만 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그는 비범하게도 휴가를 가면서도 작업을 하게 됩니다.  그것도 두 편 다 감독으로요.
[벌거벗은 낙원]은 그의 단골 제작 협력사 AIP의 의뢰였고...
[상어암초의 여신]은 개인 제작자와 합작한 영화죠. 하나는 구해 볼 수가 없는 상황이라 뭐라 말을 못 드리겠고, 나머지 하나는 다큐멘터리 보는 기분으로 봐야 할 영화입니다만, 어쨌든 그런 합작으로 그는 돈도 아끼고 휴가도 즐기고 그 외 이득도 얻는 일석다조의 효과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1960년, 전설이 되는 초저예산 영화 [흡혈식물 대소동]을 찍은 다음, 그는 작업을 하면 세금감면 효과를 볼 수 있는 푸에르토 리코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됩니다. 그걸 알자 그는 부랴부랴 작업할 것들을 준비, 푸에르토 리코로 향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그는
이후 유명 각본가가 되는 로버트 타운이 각본 및 출연한 [지구의 마지막 여자]를 감독하고
[혈도의 전투]를 제작하게 됩니다. 둘 다 어쨌든 저예산이라 돈이 들어갈 부분은 감독을 포함한 스탭들이 몸으로 굴렀죠. 엑스트라 출연도 열심히 하고요. 그렇게 만들다보니 두 편의 영화가 예정보다 훨씬 빨리 끝나게 될 상황에 놓이게 됐습니다. 무려 1주일이나 남게됐죠. 보통 일반적인 감독이면 일찍 해산을 시키겠지만, 코먼은 달랐습니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죠.

"1주일이나 남네. 가만, 생각을 해보자. 내가 여기서 한편 더 찍으면 감면은 더 많이 받고 돈 벌 영화 하나 더 늘잖아. 배우도 많이 있고 말이야. 그러면 작업을 빨리 하나 더 준비해야지. 어차피 오기 전에 36시간동안 한편 찍어도 봤잖아."

그리하여 그는 미국에 있던 그의 친구에게 [벌거벗은 낙원]과 [흡혈식물 대소동]을 섞은 이야기를 쓰라고 지시하게 되고, 제작준비를 하면서 앞의 두편을 마무리 지었죠. 그렇게 마무리짓고 준비가 끝나자마자 바로 그는 새로운 영화를 찍게 되니...
바로 [바다에 출몰한 피조물](이 제목 맘에 안 들긴 한데 이 제목으로 국내에 공식 소개가 되어놔서...)을 만들게 된 겁니다. 포스터와 달리 왠 쿠키몬스터가 나오기는 하는데 최소한 어설픈 재미는 있어요. 1주일동안 애써서 남은 돈으로 후다닥 찍은 영화에 많은 걸 바라면 안 되는 거죠, 네.

코먼의 끼워팔기는 계속 됩니다.
1963년, 그는 차량 경주 영화인 [영 레이서]를 찍게 됩니다.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지만(단독 물건으로은 절대 못 구하고, 박스세트로만 구해야 해서 한때 논란이 조금 있었죠. 박스의 나머지 물건들이 단독으로 나와서 잘 팔아먹은 것들이라...-_-;;;) 이 작품에는 이후 나오는 코먼이 제작하는 차량경주 영화들의 특징들이 다 들어가 있어요. 꽤 중요한 위치의 작품입니다.

이 영화가 다루는 소재의 특징상 유럽을 돌면서 만들었는데, 이런 대형(?) 작업에서 빠지지 않을 게 있습니다. 바로 한 편 더 만들기!!! 이때 두명의 코먼 스탭이 서로 영화를 찍기 위한 불꽃튀는 대결을 펼쳤는데 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VS 메나헴 골란(주1)
지금은 하락했지만 거장과 80년대 초강력 대세 제작자의 피 튀는 대결!!!

그 불꽃튀는 대결의 승자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그리하여 [영 레이서]의 배우들과 스탭들은 버스를 끌고 아일랜드로 향하여서 마침내
코폴라의 대뷔작 [디멘시아 13]이 탄생하게 된 거죠. 배우진 보면 참 중복 캐스팅의 향연입니다.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요...

한편, 코폴라가 작업에 매진하는 사이, 코먼은 잠시 동구권을 방문중이었습니다. 희망과 절망 모두를 경험해본 그는 그 와중에 유고슬라비아의 영화사와 영어로 만드는 영화의 공동작업을 계약하게 되고, 바삐 후반부를 찍던 코폴라에게 연락, 영화의 주연배우 두명과 함께 영화가 끝나는 즉시 유고슬라비아로 날아오라는 엄명을 내리게 됩니다. 그리하여
[티치아나 작전]이라는 범죄스릴러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죠. 일반적인 코먼 영화와 달리 스케일도 크고, 동구권 영화 특유의 분위기도 있는 재미있는 영화가 나오게 됩니다. 흥행은 좀 암울했지만 말이죠...

그리고 이후 코먼이 다른 영화 하나를 급박하게 만들어야 하는 일이 있자...
[피의 욕조]에서 [티치아나 작전]의 장면들을 제대로 활용해 먹는 놀라움을 보여주기까지 합니다.

이런 일은 같은 해에 또 일어납니다.
로저 코먼의 포우 영화 중 가장 큰 제작비와 제작상황을 기록한 [레이븐]을 만든 코먼은 세트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거 이때까지 만든 세트 중에서 정말 크단 말이야. 이대로 해체하기에는 아까워..."

보통은 생각에서 멈추죠. 하지만 저분이 그럴 분입니까? 바로 각본가 불러와서 60페이지 각본을 썼죠...
그렇게 일단 이틀동안 40분 분량을 찍고 나머지 40분에 9개월을 소요한 작품 [공포]가 탄생하게 됩니다. 비공식 포함 감독 5명에 이래저래 꽤 많은 이들이 관여한 영화죠. 생각보다 자기 분위기 내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5년 뒤, [공포]의 장면들과 칼로프의 아주 조금 남은 계약기간, 그리고 신인 감독 한 명 이라는 요소를 결합해서...
[표적]이라는 영화를 만들게 되죠. 보리스 칼로프의 완벽한 백조의 노래라 할 수 있는 이 영화는 당대의 흥행은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고전 중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감독 피터 보그다노비치도 (사무엘 풀러와 비공식적으로 같이 쓴) 좋은 각본과 연출을 통해서 영화를 꽤 날카롭게 만들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나중에 [공포]의 몇 장면은 [트랜실바니아의 저주]에서 개그씬으로 재활용 되기도 합니다.(...)

80년대에도 끼워 찍기는 계속 됩니다. 로저 코먼의 오랜 파트너 짐 위노스키는
[기숙사 대학살2]를 찍으면서 배우와 스탭들을 고대로 데려가
[하드 투 다이]를 찍게 됩니다. 당대에는 NC-17을 받긴 했는데 보고 있자니 그냥 R이더군요. 뭐 어쨌든 둘 다 골 때리는 영화긴 합니다만...

또한 90년대 말 아일랜드에서
워윅 데이비스를 캐스팅 해 [정말 운 없는 레프리콘]을 찍을 때
워윅 데이비스를 또 이용한 [화이트 포니]를 찍기도 하죠. 두 영화의 제작방법도 비슷한데 제작기간을 줄이기 위해 주인공을 쌍둥이를 기용, 쉴새 없이 찍기도 했습니다.

자 그럼 오늘의 마지막은 코먼 영화에서 시작하지만 코먼과 상관없는, 그리고 엄청난 결과들을 낳은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코먼은 1981년에 독특한 감독을 한명 만나게 됩니다.
칠레 출신의 감독 라울 루이즈(주2)였죠. 제작비를 코먼에게 받은 그는 길버트 어데어(주3)와 함께 쓴 시나리오로
[테러토리]를 만들게 됩니다. 뭐라 말하기 힘든 독특한 공포물이죠. 엄청난 영화입니다. 보실 기회가 되면 보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 영화의 촬영 중간, 근처에 있던 감독 한명이 이들의 촬영장에 방문하게 됩니다.
그의 이름은 빔 벤더스. 그는 이 영화의 스탭과 배우들을 빌려서 그 나름의 영화를 한편 찍게 되죠.
그 영화의 이름은 [사물의 상태]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스탭을 뛰던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짐 자무쉬죠. 그는 [사물의 상태]에서 남은 필름들을 모아서
[천국보다 낮선]으로 감독데뷔를 하게 됩니다.

오늘의 모음은 여기까지입니다. 1주일 안에 2번 주제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돌아올 수 있으려나...-_-;;;)

P.S. 주석


오늘 쓴 글에 관련해서 좀 주석을 달아야 할 거 같아서 말이죠. 좀 낮선 인물들에 대한 약간의 설명들을 붙여보겠습니다.

주1. 메나헴 골란 - 이스라엘 출신의 영화 제작자로 80년대에 캐논이라는 이름의 영화사를 설립, 실베스터 스텔론, 아놀드 슈왈제네거, 척 노리스, 장 클로드 반담 등과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습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삽질 끝에 캐논도 망하고 그 뒤를 이은 21세기 필름도 망한 덕택에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이스라엘로 돌아가서 거기서 동네 영화나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당시 대표작들로는 [오버 더 톱], [델타포스], [투혼], [어벤저], [대특명], [엔터 더 닌자] 등이 있습니다.

주2. 라울 루이즈 - 칠레 출신의 감독으로 2011년 사망하셨습니다. 국내에서는 [셰터드 이미지]와 [클림트]가 국내에 개봉되었었고, 근래 영화제등을 통해 [누신젠 하우스]와 그의 유작 [리스본의 미스터리]가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올해 Cindi에서도 그의 유작인 [두 갈래로 갈라지는 한밤 중의 거리]가 공개될 예정입니다.

주3. 길버트 어데어 - 영국 출신의 작가로 국내에서는 [몽상가들]의 원작자이자 각본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분도 2011년에 사망하셨더군요. 몰랐었던 사실이라 충격이 좀 컸습니다. 영화 쪽의 유작은 라울 루이즈와 함깨 한 [블라인드 리벤지].(원제는 클로즈드 북인데 참 국내의 작명 센스는...)

by 기현 | 2012/08/02 00:57 | 로저 코먼 연대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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